AI 시대, 우리의 ‘업무’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A-S01-05] 3월 11일 이후 AI 관련 분야 글을 못 올리고 있었어요. 실무가 너무 많아져서 글쓰는 시간을 많이 줄여야 했거든요. 이제 여유가 생겼으니 지난 4편에 이어서 다시 5편을 이어가겠습니다.
그런데 약간의 문제 아닌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카테고리의 마지막 글을 작성한 게 3월 11일인데요. 지금은 4월 24일이고요. 그런데 그 사이 AI가 무지막지한 속도로 발전을 했습니다. 정말 사람들이 “이게 맞아?” 할 정도였죠. 특히 클로드, 제미나이 등 각자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미친 듯이 성능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한 달 반 동안 AI 업계의 화두는 단연 ‘멀티모달 에이전트(Multi-modal Agent)의 고도화’였습니다. 단순히 텍스트를 읽고 답변하는 수준을 넘어, 복잡한 비즈니스 문서(PDF, 엑셀, 이미지)를 동시에 인식하여 상호 간의 논리적 연결 고리를 찾아내는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습니다. 특히 제미나이는 긴 문맥(Long Context) 처리 능력을 극대화하여,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공공기관 제안요청서(RFP)와 수십 개의 시트로 나뉜 요구사항 정의서를 한 번에 학습한 뒤, 항목 간의 정합성을 수 초 만에 분석해내는 ‘분석가형 AI’로 거듭났습니다. 덕분에 과거에는 사람이 꼬박 며칠을 붙들고 씨름해야 했던 ‘문서 간 교차 검증’ 작업이 이제는 AI의 기본기 중 하나가 되어버렸죠.
보셨죠? 참고로, 위 내용은 제미나이가 정리해준 내용입니다. 이 정도로 발전했기 때문에 제가 이 포스트 시리즈의 5편, 그러니까 이번 회차 글에서 시도하려고 했던 ‘공공사업 분야의 제안요청서를 AI에게 학습시킨 후 요구사항 정의서 엑셀 서식도 학습시킨 뒤 결과를 도출하는 일’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너무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한번 해봤습니다. 그 결과를 지금부터 공유합니다.
1. AI는 왜 당신의 업무를 ‘요약’하려 할까?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제가 AI에게 제안요청서(RFP)를 던져주고 작업을 시키면서 겪은, 기대와는 다른 결과들을 공유합니다. AI가 얼마나 똑똑한지, 그리고 왜 우리가 그 똑똑함을 통제해야 하는지 아래 기록을 통해 확인해보시죠.
AI의 기본 설계 철학은 ‘요약’과 ‘친절한 설명’에 맞춰져 있습니다. 사용자가 복잡한 것을 싫어할 것이라는 AI의 지레짐작은, 데이터의 원형을 보존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데이터 손실’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옵니다. 이 글은 AI가 자꾸 내용을 생략하거나 다듬으려 할 때, 어떻게 그를 ‘데이터 전사기(Transcription Machine)’로 변모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실전 전략을 담았습니다.
2. AI 데이터 파싱 실패의 5단계 기록: ‘똑똑함’이 독이 될 때
AI와의 협업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타임라인으로 정리했습니다. 왜 우리가 AI와 소통할 때 벽을 느끼는지 그 이유를 파악해보세요.
1단계: 요약의 함정 (The Summarization Bias)
초기 명령은 “이 RFP를 엑셀로 정리해줘”였습니다. 결과는 깔끔한 요약본이었습니다. AI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중요하지 않은’ 부연 설명이나 특수문자들을 과감히 삭제했습니다. 데이터베이스 관점에서는 완벽한 ‘데이터 무결성 훼손’입니다.

2단계: 구조적 파싱의 난관 (Depth Failure)
“요약하지 말고 쪼개서 표로 만들어줘.” 이번엔 계층 구조(Depth)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요구사항의 2차 분류와 3차 상세ID를 구분하지 못하고, 요구사항을 임의로 병합하여 표 형식을 뭉개버렸습니다.
3단계: 컨텍스트 과부하와 환각 현상 (Hallucination)
전체 80페이지 문서를 한 번에 처리하려 했습니다. AI의 컨텍스트 윈도우가 감당할 수 없는 양을 입력하자, AI는 내용을 누락하는 것을 넘어 ‘그럴듯한 가짜 데이터’를 생성하기 시작했습니다.
4단계: 기술적 인식률의 한계 (PDF의 저주)
제안요청서 원문인 PDF를 그대로 올렸을 때의 문제입니다. AI는 PDF를 ‘텍스트’로 인식하면서 표의 그리드(Grid)와 문단 구조를 완전히 뒤섞었습니다. 표의 가로세로 줄이 엉키면서 정보의 행과 열이 뒤바뀌는 대참사가 발생했습니다.

5단계: 성공 – ‘전사 모드’와 이미지 활용
비로소 찾은 정답은 **[이미지 기반 입력]**과 **[데이터 전사 프롬프트]**였습니다. PDF를 직접 올리는 대신 표 영역을 캡처한 이미지를 입력했고, 명령을 ‘요약’에서 ‘전사’로 완전히 변경했습니다.

3. 왜 ‘요약’이 아닌 ‘전사(Transcription)’인가?
성공적인 데이터 파싱을 위해서는 AI를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 기존 방식 (Generative AI Mode): AI에게 “분석해줘”, “정리해줘”라고 하면 AI는 ‘창작’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문장이 미묘하게 바뀌거나 생략됩니다.
- 성공 방식 (Extractive AI Mode): AI에게 “전사해줘(Transcribe)”, “복사해줘(Copy)”라고 하면 AI는 ‘기록자’가 됩니다. 이미지 속 텍스트를 그대로 옮기는 작업에 집중하게 만들어야 데이터의 왜곡을 0%로 줄일 수 있습니다.
4. 데이터 파싱 성공을 위한 통계와 분석
아래 표는 우리가 겪은 시행착오를 데이터화한 것입니다. AI와의 소통에서 무엇이 핵심인지 확인하십시오.
| 시도 횟수 | 명령 방식 | AI의 반응 | 결과 | 교훈 |
| 1회 | 요약 요청 | 내용을 창작하고 압축함 | 실패 | ‘요약’이라는 단어를 원천 금지할 것 |
| 2회 | 구조화 요청 | 표 양식의 파괴 | 실패 | 명확한 컬럼 구조를 미리 지정할 것 |
| 3회 | 전체 문서 입력 | 맥락 누락 및 환각 | 실패 | 처리 단위를 잘게 쪼갤 것 |
| 4회 | PDF 입력 | OCR 데이터 인식 오류 | 실패 | 텍스트 대신 ‘이미지’를 사용할 것 |
| 5회 | 전사 명령 + 이미지 | 원본 100% 보존 | 성공 | 전사(Transcription) 모드로 작동할 것 |
5. 실무자를 위한 ‘황금 프롬프트’와 팁
이제 실무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프롬프트와 팁을 공유합니다.
[데이터 전사 전용 프롬프트]
“너는 지금부터 데이터를 옮기는 ‘전사기(Transcriber)’야. 요약은 절대 금지해. 제공하는 이미지 속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읽어서 아래 표 형식으로만 출력해. 내용을 해석하거나 다듬지 말고 그대로 옮겨 적어.
[컬럼 구조]
- 대분류 | 2. 부모ID | 3. 분류(2차 뎁스) | 4. 상세내용(원문 전사)
[제약사항]
- 원문과 단 한 글자라도 다르면 안 됨.
- 이미지에 있는 표의 구조를 그대로 행 단위로 쪼갤 것. 만약 모호한 부분이 있다면 임의로 판단하지 말고 ‘확인 필요’라고 기재해.”
[성공률을 높이는 3가지 팁]
- 이미지 분할: 표가 너무 길면 AI가 끝부분을 잘라먹을 수 있습니다. 표를 세로로 3등분하여 3번에 나누어 입력하십시오.
- 컬럼 정의 선행: 엑셀 시트의 컬럼명을 먼저 정의하고, 그 규칙을 AI가 철저히 따르도록 하십시오.
- 단계적 승인: “이 페이지 성공했어, 다음 페이지 가자” 식으로 페이지별 승인 방식을 택해야 합니다. 전체를 한 번에 시키면 정확도는 반드시 떨어집니다.
결론: AI는 ‘자율 주행’이 아닌 ‘협동 주행’이다
이번 실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AI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친절하려고 애쓰는’ 존재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친절함이 데이터 파싱이라는 정밀한 작업에는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AI를 다룰 때는 ‘어떻게 도움을 줄까?’라고 묻는 대신, ‘이 일을 정확히 수행해’라고 지시하는 능동적 통제가 필요합니다.
[성공을 위한 체크리스트]
- [ ] 데이터 처리 방식: 요약(X) -> 전사(O) 명시했는가?
- [ ] 구조화: 엑셀 컬럼을 미리 정의했는가?
- [ ] 입력 데이터: 텍스트(X) -> 표 캡처 이미지(O)로 준비했는가?
- [ ] 단계적 검증: 한 번에 처리(X) -> 페이지 단위 검증(O)으로 진행하는가?
이제 여러분도 이 방법을 활용해 복잡한 RFP 문서 작업에서 해방되시길 바랍니다. AI를 비서가 아닌 ‘기록 도구’로 활용할 때, 비로소 업무의 정확도는 100%에 수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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